클로드 코드 설치 후기 — 터미널 초보 직장인이 나흘간 검색한 말 그대로 공개

■ 엔터 한 번에 화면이 저절로 채워지던 순간

엔터를 눌렀다. 몇 초쯤 지났을까, 까맣기만 하던 화면에 글자가 줄줄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는데 문서가 저 혼자 만들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냥 의자에 등을 기댄 채 화면만 쳐다봤다. 며칠째 이리저리 흩어놓기만 하고 손도 못 대던 자료 뭉치가, 몇 줄의 명령으로 얼개를 갖춘 초안이 되어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이거 물건이네."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지금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만든 첫 장면이 바로 이거다. 순서를 따지면 이 화면을 보기까지 꽤 긴 우여곡절이 먼저였는데,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풀어보려 한다.

까만 터미널 창에 초록 글자가 줄줄이 채워지던 순간

■ 사실 이 이야기는 스마트폰 알림 하나에서 시작됐다

시작은 별거 아니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알림에 AI라는 두 글자가 떴고, 넘기려던 손가락이 문득 멈췄다. 요즘 부쩍 자주 마주치는 단어였다. 뉴스에도, 유튜브 썸네일에도, 회사 메신저 대화방에도 자꾸 등장했다. 정작 나한테 설명해보라면 아무 말도 못 할 것 같은, 다들 아는 척만 하는 단어.

일단 남들 하는 만큼은 따라가 보자는 마음으로 제미나이를 깔았다. 처음 며칠은 날씨를 묻거나 저녁 메뉴를 추천받는 정도였다. 답이 그럴듯해서 신기하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검색창 대신 쓰는 챗봇,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게 나중에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을 줄은 그때는 전혀 몰랐다.

■ 공모전 자료를 넣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이게 진짜라는 걸

얼마 뒤 한 공모전 제출 자료를 준비하게 됐다. 문장 다듬는 일에 유독 손이 많이 갔고, 밤늦게까지 붙잡고 있어도 진도는 더뎠다. 이참에 제미나이 말고도 다른 AI 모델들을 이것저것 깔아서, 반신반의하며 자료를 넣어봤다. "설마 이게 되겠어" 싶었는데, 몇 번 주고받고 나니 화면에 정돈된 결과물이 떠 있었다. "어, 이거 진짜 되네." 그 순간이 지금도 또렷하다.

공모전 결과보다, 흩어진 문장들이 순식간에 형태를 갖추는 걸 눈으로 본 그 놀라움이 더 오래 남았다. 그전까지 신기한 장난감쯤으로 여기던 것이, 실제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도구로 바뀐 순간이었다.

■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서 커진 조바심

그날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관련 영상을 찾아봤다. 자기 전 이불 속에서 하나, 출근길 지하철에서 하나, 점심시간 짬에 또 하나. 용어부터 낯설어서 자막을 몇 번씩 돌려 봐야 겨우 흐름이 잡혔다. 그래도 볼수록 "지금 안 배워두면 늦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정확히 뭘 배워야 하는지는 그때도 몰랐다. 영상 속 사람들은 능숙하게 뭔가를 뚝딱 만들어내는데, 나는 아직 챗봇에 저녁 메뉴나 묻는 수준이었으니 그 격차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뭔가 큰 흐름이 이미 시작됐는데 나만 뒤늦게 알아챈 기분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신은 생겼다 — 제대로 배워두면 내 삶에 꽤 도움이 되겠다는 것.

■ "이거 한번 써보세요" — 후배가 깔아준 프로그램

비슷한 시기에 회사에 논문 한 편을 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자료는 산더미였고 정리할 시간은 늘 부족했다. 파일을 열었다 닫았다만 반복하며 한숨만 쉬고 있는데, 같은 팀 후배가 모니터를 슬쩍 보더니 말을 던졌다. "이거 한번 써보세요, 요즘 다들 이걸로 일해요."

"그게 뭔데?" 물으면서도 일단 고개부터 끄덕였다. 후배는 몇 번 클릭과 몇 줄 타이핑으로 뭔가를 뚝딱 설치하더니 "이제 이 까만 창에 글자만 치면 돼요" 하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름은 클로드 코드. 남은 건 나와 깜빡이는 커서 하나였다. 마우스로 복사·붙여넣기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키보드로 명령어를 쳐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설치 자체는 금방 끝났지만, 진짜 시작은 그다음이었다.

■ 터미널 초보가 첫 나흘간 검색창에 쳐 넣은 말들

터미널이라는 걸 그때 처음 써봤다. 마우스로 클릭하면 되는 세상에서 살다가, 갑자기 글자를 직접 쳐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커서만 깜빡이는 화면을 한참 쳐다보며, 잘못 눌렀다가 컴퓨터가 고장 나는 건 아닐까 하는 우스운 걱정까지 했다. 철자 하나만 틀려도 낯선 오류 문구가 쏟아졌고, 그럴 때마다 오류 문구를 그대로 검색창에 복사해서 찾아보는 일이 반복됐다.

그 며칠간 검색창에 쳐 넣었던 말들을 다시 정리해보면 이랬다.

일차검색창에 쳐 넣은 말그때 심정
1일차터미널 사용법 기초뭐부터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2일차(오류 문구를 그대로 복사)이게 무슨 뜻인지 감도 안 온다
3일차클로드 코드 폴더 전체 읽기이런 것도 되나 싶어서 반신반의
4일차클로드 코드 명령어 정리후배한테 또 묻기는 민망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이걸 계속해야 하나" 싶었다. 이 시기의 나에게 AI 활용이란 활용이라기보다 씨름에 가까웠다. 어느 날은 명령어 하나 제대로 친 것만으로 혼자 뿌듯해했다.

커피를 옆에 두고 검색창을 열어둔 채 보내던 밤

■ 다시, 그 화면 앞으로

그렇게 며칠을 헤매다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작업 중이던 폴더 전체를 클로드 코드에게 읽게 하고 초안을 짜달라고 시켜봤다. 그 결과가 앞서 이야기한, 엔터 한 번에 화면이 저절로 채워지던 그 장면이다.

다음 날 후배에게 "이거 진짜 물건이다"라고 했더니, 후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기만 했다. 유튜브를 보며 막연히 품었던 확신이, 그제야 구체적인 그림으로 바뀌었다.

논문 하나 끝내고 나면 손을 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자꾸 다른 일에도 써보고 싶어졌다. 회사 업무 정리에도 슬쩍 써보고, 개인적으로 쌓아두기만 했던 자료들도 하나씩 던져보기 시작했다. 이 뒤로 겪은 일들 — 그럴듯한 말을 그대로 믿었다가 당황했던 일, 애써 쌓아둔 기록이 한순간에 끊겼던 일 — 은 따로 정리해볼 생각이다. 지금 돌아보면, 까만 화면 앞에서 얼어붙어 있던 그날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하나다. 그렇게 헤매도 괜찮다고, 그 헤맨 시간이 지금 이 글을 쓰게 만든 재료가 됐다고.

― 직탈랩 AI 실험 시리즈 ―

이 글은 시리즈 1편입니다.

▶ 다음편: 퇴근 후 책상 앞, AI 다섯 개를 동시에 켜봤다 — 그날 밤 세 번 막힌 지점 전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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